[인터뷰] "사람 냄새 나는 사진을 찍습니다." - 코쿠

[인터뷰] "사람 냄새 나는 사진을 찍습니다." - 코쿠

2019. 5. 14. 11:29인터뷰

길에서 만난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가 코쿠(@cocufoto)

 

 

스트리트 포토그래퍼 코쿠(cocu)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길에서 만난 순간을 사람 냄새나게 기록하는 사진가, 코쿠(cocu)입니다.

 

 

- 사람 냄새나게 기록하는 사진가요?

 

제 지인이나 팔로워 분들이 '코쿠 사진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라고 말해줘요. 그게 저를 가장 잘 수식해주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저는 마주치는 풍경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진에 담아내려고 하거든요.

 

 

뉴욕의 거리 photo by cocu

 

- 그렇군요. 처음에 여행과 사진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1년 정도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했었어요. 그때는 시간만 나면 여행을 떠났어요. 적은 생활비를 조금씩 아껴가면서 미국 전역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녔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 듯이 여행했던 것 같아요. 두 번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여행과 사진을 좋아하게 됐어요.

 

 

- 그리고 사진가가 되기로 결심한 건가요?

 

조금 뒤의 얘기예요.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저는 다시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원하시는 대로 취업 준비를 했죠.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건설사에서 최종면접도 여러 번은 봤어요. 그런데 제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 때문인지, 별 이유 없이 떨어지더라고요. 결국 파리로 떠나는 비행기를 타고 결심했어요. '나는 평생 여행 다니고, 사진 찍으면서 살고 싶어.'라고. 사진가의 길을 걷기로 선택한 거죠. 그때가 딱 29살이었어요.

 

 

'양의 섬'이라고 불리는 페로제도 photo by cocu

 

- 그렇게 선택한 여행가, 사진가의 길은 어땠나요?

 

쉽지 않았어요. 저는 인지도도 없었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고요. 수입이 없어서 막막했어요. 어느 정도였냐면 돈이 없어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계속 이렇게 하다가 잘 안되면 어떡하나, 10년 20년 후에도 이러면 어떡하나, 고민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래도 저만의 고집은 있었어요. 다른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고 사진으로만 먹고살겠다고. 그렇게 몇 년 동안 컵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버티면서 사진을 찍고 여행했어요.

 

 

- 지금은 어떤가요?

 

지금은 그때보다 나아졌어요. 우연히 '여행에 미치다'도 알게 되고, 뉴욕에서 개인 전시회를 열면서 조금씩 일들이 생겨났어요. 프로젝트로 큰 비용을 받은 적도 있었고요. 여전히 비수기에는 힘들지만 계속해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고 있어요.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죠.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군인들 photo by cocu

 

- 어느 도시들을 여행하셨나요?

 

미국만 30개 이상의 도시를 여행했고, 러시아는 10개 이상의 도시를 횡단했어요. 남미도 20개 정도의 도시를 여행했고, 기타 다른 나라도 30, 40개 도시를 여행했죠.

 

 

-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가 있을까요?

 

기억에 남는 도시는 참 많아요. 그중에서 고르라면, 뉴욕의 맨해튼, 마이애미, 콜롬비아 보고타, 파리의 마레지구, 러시아 카잔,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정도가 떠오르네요.

 

 

포루투, 강으로 뛰어드는 사람들 photo by cocu

 

- 정말 많은 곳을 여행하셨군요.

 

사실 여러 도시를 여행하는 게 중요하진 않았어요. 저는 한 도시를 여러 번 가는 걸 더 좋아하거든요. 저에게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일 중요했어요.

 

 

- 모두가 코쿠 님처럼 여행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여행을 떠난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을 수도 있어요. 금전적으로, 심리적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여행하는 사람들도 똑같아요. 특별히 더 여유로운 사람들은 아니에요. 다른 것보다 떠나야겠다는 의지가 더 큰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포르투 아줄레주(타일양식) photo by cocu

 

- 주변 사람에게 여행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면요?

 

예전부터 플레이윙즈로 항공권 특가를 확인해보고 있어요. 주변에서도 많이 애용하고 있고요. 만약 여행 자체가 익숙지 않아서 시작을 하시지 못하는 분이시라면, 일단 항공권부터 끊어보세요. 그러면 어떻게든 여행이 시작되더라구요.

 

 

- 맞아요. 일단 끊으면 떠나게 되더라구요.

 

꼭 멀리 떠나지 않아도 돼요. 거창한 계획을 세워서 빡빡하게 돌아다닐 필요도 없어요.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울타리를 벗어나 공기를 쐬러 가는 것도 여행이고, 저 멀리 파리에 가서 계획 없이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여행이에요. 결국은 내가 즐거우려고 하는 거니까요.

 

 

 

- 이제 사진 이야기를 해볼게요. 사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나요?

 

제가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어요. '수평과 수직' 그리고 '순간'을 기다리는 거예요. 사진을 찍을 때 사진 속에 어떤 규칙이 있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그 순간을 무작정 기다리기도 해요. 또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카메라로 찍을 때도 있어요.

 

 

- 특히 코쿠 님이 찍은 인물 사진이 인상적이에요.

 

사람을 찍을 때는 최대한 자연스러우려고 노력해요. 먼저 어느 정도 친해져야만 그 사람이 가진 고유의 표정도 얻을 수 있죠. 사진을 찍을 땐 카메라를 제 눈처럼 생각하라고 말해요. 그리고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해요. 절대로 자세나 포즈를 강요하지 않아요. 저는 긴장하거나 부자연스러운 표정도 다 그 사람의 것이라고 생각해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photo by cocu

 

- 계속 지금처럼 사진을 찍을 건가요?

 

사진은 제 삶이에요. 제가 살아가는 이유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에요.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경제활동을 해왔고, 사진으로만 계속 제 삶을 이어나갈 생각이에요. 아마 손가락이 움직이고, 걸을 수 있는 날까지는 사진을 찍을 것 같아요.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당분간은 포르투갈에서 촬영을 하려고 해요. 몇 년째 진행하고 있는 사진 프로젝트도 있구요. 기회가 된다면 올해에 국내에서 개인 전시회를 하고 싶어요. 그때 플레이윙즈 분들과 꼭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코쿠 님의 여행 사진이 더 보고 싶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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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쿠가 찍은 사진과 사연

프랑스 파리 ; 조 할아버지

우연히 파리 시내를 걸어가다가 오래된 양장점을 발견했어요. 그 안을 보니, 허리가 구부정한 할아버지가 집중해서 옷을 만드는 모습을 봤어요. 사진이 너무 찍고 싶은 거예요. 들어가서 여쭤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친 거예요. 외국인 특유의 제스처로 '들어오라'라고 하시더라고요.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도 한잔 마셨어요. 할머니와 식사도 함께 하기도 하고요. 한 번은 제가 친할아버지가 안 계신다고 하니까 '그러면 내가 네 할아버지가 되어줄게.'라고 하시더라고요. 최근에도 유럽에 가면 늘 찾아뵈어요. 조 할아버지는 제 가족 같은 분이에요.

 

▶ 조 할아버지와의 세 번째 만남 보러 가기 

 

 

미국 샌스란시스코 ; 택시 아저씨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할 때였어요. 잔돈이 없어서 버스를 못 타고 있었어요. 미국 대중교통은 큰 단위의 돈을 거슬러주질 않거든요.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타게 되었어요. 그런데 기사 아저씨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인 거예요. 그래서 사진을 찍고 싶다고 요청하고 허락을 받았어요. 가만 보니까 아저씨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더라고요. 고개를 자꾸 끄덕이기도 하고요. 등받이에 보니 신경 쪽에 질병을 앓고 계셨고, '운전은 문제가 없으니 나를 믿어도 괜찮다.'라고 적혀있더라고요. 무언가 뭉클한 게 느껴졌어요. 택시에서 내리고 나서 기사 아저씨를 찍었죠. 아저씨의 표정은 정말 완벽했어요. 그렇게 택시를 보냈죠. 나중에 알고 보니 삼각대를 택시에 놓고 내렸더라고요. 삼각대는 잃어버렸지만, 사진은 정말 완벽했기 때문에 잊지 못할 사진이 됐어요.

 

 

러시아 카잔 ; 카메라 선물

러시아 월드컵 때였어요. 우리나라 독일전이 열린 러시아 카잔에서 한 친구를 만났어요. 펍에서 일하는 러시아 친구였어요. 마침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사진도 찍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죠. 그리고 마지막 날, 제가 러시아를 떠날 때 배웅을 해주러 나왔어요. 생활이 넉넉한 친구도 아니었는데 택시를 타고 왔더라고요. 저에게 선물을 주려고 뭔가를 들고 왔어요. 열어보니 카메라가 들어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카메라라는 거예요. 우린 만난 지 하루밖에 안됐는데. 정말 말도 안되죠. 그 짧은 시간에 돈독한 우정의 관계가 된 거예요. 저도 그 자리에서 제 DSLR 렌즈를 선물해줬어요. 그 뒤로도 계속해서 연락하고 지내고 있어요.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만난 가장 잊기 힘든 친구입니다.

 

 

- 사진 출처 : 인스타그램 @cocufoto 및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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